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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영상콘텐츠 제작 현장이 영화판보다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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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영상콘텐츠 제작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 영화산업에 비해 작업시간과 강도부터 산업재해, 임금체불 경험에 이르기까지 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제작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제작사단체와 단체교섭해 노동자 보호 수준을 높여왔던 것과 달리 OTT는 각종 제도와 교섭의 ‘진공상태’에 놓인 탓이 크다.

사단법인 영화인신문고는 고용노동부 용역으로 진행한 ‘OTT 영화영상콘텐츠 제작 스태프의 노동환경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지난달 30일 발행했다. 보고서는 OTT 제작현장 노동자들에 진행한 첫 설문조사와 면접조사, 해외 단체교섭과 법제화 사례를 담고 있다. 

OTT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웨이브 등 기존 영화와 TV방송산업 외에 PC와 스마트폰 등 여러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말하는 단어로 영상미디어 산업에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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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콘텐츠 제작 현장 사진. ⓒUnsplash

OTT 스태프 295명 설문했더니
6명 중 1명 계약서 없어…영화엔 1.3% 불과

연구진은 최근 3년 간 OTT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 295명을 대상으로 지난 6~9월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노동조건을 판단할 첫 기준은 근로표준계약서 작성 여부다. 근로표준계약서는 스태프 노동자의 4대보험 가입과 최저임금, 각종 수당을 명시하고, 작업시간과 정기 휴일,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처리 등 내용을 밝히고 있어 스태프 노동조건과 직결된다.

현장에선 계약서 자체를 쓰지 않았다(구두계약)는 응답이 15%를 차지했다. 영화제작 현장의 경우 최근 작품에 구두로만 계약했다는 응답이 극소수(1.3%)였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영화진흥위원회, 2022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

근로표준계약 경험은 더 적었다. 스태프들은 OTT 제작에 참여하며 최근 3년 간 근로표준계약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5명 중 2명 꼴로 ‘없다(41%)’고 답해 ‘있다(43%)’는 응답과 비등했다. 잘 모른다는 응답은 16%였다. 영화스태프의 경우 82%가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촬영 부서에서 표준계약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79.4%로 가장 높았으며 의상부서에서 10%로 가장 낮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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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와 영화 제작스태프의 노동시간과 처우 설문결과 비교. OTT 스태프는 올해 6~9월, 영화 스태프는 지난해 기준이다. 자료=‘OTT 영화영상콘텐츠 제작 스태프의 노동환경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디자인=이우림 기자

급여 좀더 높은데 장시간 중노동
최저임금 위반·체불 더 많아

급여 수준은 OTT에서 비교적 높았는데, 응답자들은 최근 참여한 작품에서 프로덕션 단계를 기준으로 월 평균 490만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영화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422만원이었다. 반면 각본과 콘티, 섭외, 로케이션 헌팅 등 제작준비 단계를 뜻하는 프리프로덕션에선 OTT 스태프가 298만원, 영화 스태프가 392만원을 받았다고 답해 영화 스태프 급여가 더 높았다.

최저임금 지급 위반 빈도는 OTT 현장에서 더 높았다. 법정 최저임금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88%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영화스태프의 경우(93%)보다 낮은 결과다. 연구사업을 운영한 홍태화 영화인신문고 사무국장은 이를 두고 “OTT 현장에서 근로계약을 작성하는 관행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지급률도 12%로 영화의 40%보다 낮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포스터

일주일 근무 일수와 일일 노동시간도 길었다. 하루 12시간 넘게 근무한다는 응답은 37%에 달해 영화산업(17%)의 2배를 웃돌았다. 일주일에 7일 일한다는 비율은 10%, 6~7일 일한다는 비율은 29%에 달했다. 5~6일 일한다는 비율은 32%였다. 일평균 노동시간은 11.9시간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기준인 1일 8시간을 3.9시간 초과했다. 이 탓에 OTT 현장에서 작업중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수면부족’(27%)이 꼽혔다.

이같이 현장에서 일일 법정근로시간을 어겼을 때 스태프가 이를 지적해 시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별도 절차가 없다’는 응답이 62%로 가장 많았고, 노사대표자 협의를 거친다는 응답은 12.2%였다. 영화 산업에서 노사협의회를 거친다고 답한 비율(30.7%)과 큰 차이를 보인다.

OTT 제작 현장에서 임금체불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1%를 차지했다. 현장에서 괴롭힘 등 부당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45%였다. ‘폭언과 모욕’이 10%로 가장 많았고 괴롭힘(갑질) 9%, 차별대우 4%, 성희롱이나 성추행 3% 순으로 이어졌다.

OTT 제작 현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겪은 경우 산재보상으로 처리한 경우는 6%에 불과했다. 영화산업의 21%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사고 유형은 넘어짐과 미끄러짐, 교통사고, 근골격계 질환, 찔림과 베임 순이었다.

영화산업은 노사정협의체·단체교섭
체불 이어지면 각종 지원금서 배제

연구진은 이들 스태프의 노동조건이 낮은 건 제작사의 열악한 재정 상황 탓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보다는 노사정협의체와 단체교섭 등 사용자의 개선 노력이나 제도화 과정이 없었던 탓이 크다.

보고서는 “OTT 시리즈의 경우 하나의 작품이 10~20부작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영화에 비해 제작비 예산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다. 따라서 낮은 작업조건이 제작사(사용자)의 재정 부족에서 기인하는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2020년 팬데믹 이후 한국에서 ‘K콘텐츠’ 바람을 일으키며 성장을 견인했지만, 제작사와 투자사(플랫폼)들이 종사자를 보호하려는 인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노동관계법을 도외시하고 생산성만 추구한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2017년 영화산업노동조합과 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산업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 장면. ⓒ영화인신문고
▲2017년 영화산업노동조합과 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산업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 장면. ⓒ영화인신문고

특히 영화산업에선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2005년 설립된 뒤 노사정협의체를 가동해 노사정이행협약서를 작성해왔고 단체교섭을 해왔다. 최소한의 처우를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도 두고 있다. 스태프 임금체불이 해결되지 않으면 영화인신문고 조사를 거쳐 해당 제작사를 영화진흥위원회와 투자사,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대상에서 배제한다.

“영비법에 OTT 노동자 보호 규정해야”

반면 OTT는 영화비디오법의 규제를 받는 영화와 방송법 규제를 받는 방송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영상물’로 등장하면서 단체협약과 표준계약, 실태조사 등 기존 제도 바깥에 놓였다. 보고서는 “정부가 나서서 영화산업을 모델로 OTT 스태프 보호를 위한 법제화(영화비디오법 개정)를 추진하고 사회적대화 기구 설치와 지원 등 적극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문에 임한 스태프 295명은 평균연령이 34.1세로 청년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연출, 촬영, 제작, 소품, 조명, 미술, 분장과 헤어, 동시녹음, 의상, 그립 등 부서에서 평균적으로 14편의 작품에 8.8년 종사했고 이중 OTT 작품에는 3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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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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