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했다. 2만 명과 함께 싸운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극적인 역전 투런포 주인공 박동원(33·LG 트윈스)이 밝힌 소감이다.
박동원은 8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3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 7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 3-4 끌려가던 8회말 kt 박영현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박동원 홈런으로 스코어를 5-4로 뒤집은 LG는 9회초 고우석의 깔끔한 마무리로 승리를 확정했다.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02년 11월 8일 잠실야구장서 펼쳐진 5차전 이후 21년(7670일) 만이다. 전날 2-3 패했던 LG는 이날의 승리로 시리즈 1승1패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역시 박동원.
0-4 끌려가던 2회말 병살타로 물러난 박동원은 1-4 뒤진 4회말 외야 파울 플라이에 그쳤다. 관중석에서는 내심 한 방을 기대했던 팬들의 아쉬움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규시즌 중요한 순간 홈런을 쳐냈던 박동원에게 걸었던 기대는 그만큼 컸다.
답답했던 흐름은 6회말 오지환의 추격 홈런, 7회말 김현수 적시타로 LG가 3-4까지 따라붙으며 조금씩 펴졌다. 1회에만 선발 최원태 난조 등으로 4실점한 LG는 이후 불펜진의 호투로 실점하지 않고 버텼고, 8회말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정규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은 박동원은 1사 2루 찬스에서 kt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자 배트를 힘차게 돌렸다. 166㎞의 속도로 122m를 날아간 타구는 좌측 관중석에 꽂혔다.
홈런을 확인한 순간 박동원은 배트를 내리 찍었고, 유광 점퍼를 입고 노란 수건을 들며 한결 같이 응원한 LG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잠실야구장을 달궜다.
포수 박동원. ⓒ 뉴시스
5-4 승리를 이끈 박동원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든 살아 나가기 위해 3루수 위치를 보며 번트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치기(강공) 잘한 것 같다. 짜릿했다”며 이어 “더그아웃에서 (축하 세리머니 때)너무 많이 맞아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경기하는 내내 (LG팬들이 들고 있는)노란 수건이 많이 보였다. 2만 명과 함께 싸운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정말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도 잠실야구장에는 2만3750명의 만원 관중이 모여 이틀 연속 매진 기록을 이어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65억 원(계약금 20억 원, 연봉 총액 45억 원) 규모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LG로 이적한 박동원은 첫 정규시즌 타율 0.249 20홈런 75타점을 올렸다. LG 포수가 한 시즌에 20홈런 이상을 찍은 것은 2010년 조인성(28홈런) 이후 13년 만이다.
“우승팀의 (주전)포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혀왔던 박동원은 이날의 홈런으로 29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LG에 다시 한 번 희망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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