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건설업계가 스타트업을 활용해 외부 기술 및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마트 건설이 건설업계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적인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키워드는 ‘스마트’…혁신 기술 공모전 개최하는 건설사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5일부터 환경·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혁신기술 발굴 및 육성을 위한 ‘테크 오픈 콜라보레이션’ 공모전을 열었다. 환경·에너지 분야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진행해 혁신기술 공동연구개발, 자금 지원 등을 통한 육성을 목표로 한다.
최종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자회사 리뉴어스, SK오션플랜트와 함께 공동기술 개발 및 기술 사업화 등에서도 협업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에는 중소기업 대상 기술공모전인 ‘콘테크 미트업 데이’를 개최해 △환경 △에너지 △스마트건설 등의 분야에서 5개 기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오픈 안테나’에 SK에코플랜트 상생협력팀 담당자가 직접 참석해 오픈이노베이션 노하우 공유 및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아이디어와 연구개발(R&D) 자원을 함께 활용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활동이다.
지방자치단체 지원기관과 협력해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건설사들도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시 산하 중소기업 지원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과 스마트 건설 기술 및 안전 분야와 관련한 오픈 이노베이션 공모전을 개최해 이날 모집을 마감한다.
롯데건설도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부산센터)와 함께 ‘B.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챌린지 2024’를 개최해 참여할 스타트업을 다음 달 7일까지 모집한다. AI 기반 설계도서, 문서 데이터 분석·처리 등 업무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을 모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건설은 스타트업과 활발한 협업을 진행하는 건설사 중 하나로, 지난해에도 부산센터와 함께 ‘주식회사 로민'(인공지능 문서이해 플랫폼)과 ‘제이피이엔씨'(모듈화된 흙막이 띠장)를 발굴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산업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두아즈와 ‘AI 단열 설계 검토 프로그램 INScanner(인스캐너)’를 함께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호반건설 역시 스타트업 투자에 힘쓰는 건설사 중 하나다. 올해는 신공법·신자재 제안 공모전을 진행한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기술 구현이 어려운 스타트업 등 협력사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에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오픈이노베이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호반건설 외주협력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건설경기가 어려울수록 협력사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다양한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열해진 신기술 찾기…현장 적용까지는 아직 부족해
이처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AI 기술 관련 분야에 능통한 스타트업을 찾는 이유는 스마트 건설기술이 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과 관련이 깊다. 스마트 건설기술이란 전통 토목·건축 기술에 빌딩 정보 모델링(BIM), 로봇, 드론, AI 등 디지털 혁신 기술을 융합해 건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이다. 특히 이와 관련한 인재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협업을 통해 시공 기술을 확보하려는 건설사 간 경쟁이 이전보다 치열해졌다.
예컨대 GS건설은 지난 2022년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신사업 부문 대표로 재직했던 당시 세운 CVC로, 스마트 시티를 주요 투자 키워드로 삼아 신기술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기화하는 건설 경기 침체 및 불황에 전통 주택사업만으로는 이익 개선이 힘들어진 것도 스타트업 발굴의 이유라는 분위기다.
다만 스마트 건설기술이 건설 현장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스마트 건설기술 활성화의 기반이 되는 법·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이 아직 미흡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현장 안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점과 건설업의 보수적 문화 특징으로 인한 기술개발에 저항이 있는 것도 문제다. 건산연은 건설업계의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필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에도 불구, 실제 활용을 위한 건설기업들의 준비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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