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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미리 겁먹지 마세요…‘귀촌 18년’ 산림청장의 시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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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우정에서 띄우는 편지 (21)

조연환 제25대 산림청장의 18년째 귀촌 이야기

“조 청장, 지금도 금산에서 살고 있어요?”

“네, 제 집이 금산에 있지 않습니까”

“겨울에 할 일도 없을 텐데 심심하지 않아요?”

“아닙니다. 심심하지 않습니다. 겨울에도 할 일이 많습니다.”

정초에 직장 선배님께 전화 드리니 시골에서 심심하지 않느냐고 걱정하신다. 때로는 뭐 하러 시골에 내려가서 그 고생하며 사느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신다. 이처럼 시골에 가면 할 일이 없어 심심할 거라고, 농사지을 줄도 모르는데 농사가 힘들 거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리 겁먹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끔 아내와 함께 숲 해설도 한다.ⓒ조연환

텃밭 농사야 이웃집 하는 거 보고 따라 해도 되지만, 지자체에서 농업대학과 귀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사 기술과 농기계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시골에서도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금산 만 해도 인문학 강좌를 비롯한 취미, 오락, 운동, 독서, 글쓰기, 영화, 노래, 한자, 컴퓨터 등 50 여 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금산군에서도 임업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조연환

귀촌한다고 꼭 농사를 지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텃밭 가꾸기가 귀촌의 기본이라 할 것이다. 도시에서 숨 가쁘게 살다가 은퇴 후에 시골에 내려와 땅 내음 맡으며 땀 흘려 땅을 파고 씨 뿌리고 풀 뽑으며 채소나 곡식을 가꾸는 즐거움은 그 어느 것과 비할 바 아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땀 흘려 일하니 밥맛도 좋고 잠도 잘 온다.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살아온 사람일수록 땀 흘리는 기쁨이 크다. 모닥불에 삼겹살 구워 손수 가꾼 상추 쌈을 싸는 맛을 무엇에 비하랴.

2010년에 산림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산에서 소득과 보람을 누리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조연환

은퇴 후 한동안은 할 일 없는 게 행복하다. 시간에 쫓기며 일에 시달리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가 은퇴하고 빈둥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니 이보다 더 헹복 할 수 있겠느냐 싶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하고 무료해진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등산이나 낚시를 다니는 것도 어느 때가 지나면 시들해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오늘은 뭐하지’ 하고 할 일을 찾게 된다. 사람은 일을 할 때 보람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텃밭 농사를 지으면 매일 할 일이 있다. 심심하고 무료할 틈이 없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일이란 게 내가 좋아서, 내가 원해서, 내 하고 싶은 대로, 내 일정에 맞춰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면 쉬는 거고, 요만큼만 해야겠다면 그만큼만 하면 된다.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귀촌 18년 차인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텃밭 농사는 아내가 짓는다. 텃밭에 무엇을 얼마나 심을지는 아내가 결정한다. 고추 200포기를 심겠다면 고추 심을 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워주면 된다. 참깨를 베고 김장 배추를 심겠다면 참깨 벨 낫을 갈고 토양 소독을 해 주면 된다. 내 할 일 하면서 틈틈이 아내의 텃밭 일을 거들어 준다. 그러면서도 자칭 머슴이라고 우긴다. 품삯을 달라고 아우성치며 농사일은 혼자서 다 하는 것처럼 떠벌린다. 귀촌 일기는 내가 쓸 게 아니라 아내가 써야 한다.

강의를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내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며 용도도 생간다.ⓒ조연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강의다. ‘산림청장의 귀촌 일기’ ‘나무의 마음, 숲의 노래’ ‘공직자의 사명과 역할’ 등이 내가 하는 강의 주제다. 코로나 후에 강의 요청이 많이 줄줄었지만 은퇴한 지 18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강의 요청이 온다. 은퇴 후에 설립한 산림 아카데미 명예이사장으로서 강의를 하고 입학식, 졸업식, 동문회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산림청 동료들의 모임에도 가끔 나간다. 이런 저런 모임을 줄이려고 하지만 매달 두세 번 모임이 있다.

2024년 역대 산림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우연합 신년 인사회가 있었다.ⓒ조연환

글쓰기도 주요한 일과다. 귀촌해서 산문집 ‘산림청장의 귀촌 일기’와 시집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를 펴냈다. 귀촌의 삶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이 책으로 녹색 문학상도 받았다. 요즘 4번째 시집을 펴내려고 원고를 정리하고 있다. SNS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밴드에 글을 올리면 몇백 명이 ‘좋아요’ 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 준다. 한 해 동안 SNS에 올린 글을 묶어 책으로 펴내고 있다.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즐거움이 크다. 귀촌해서 마님은 텃밭 농사, 머슴은 글 농사를 지으며 산다.

내 책에 싸인을 해 주는 즐거움.ⓒ조연환

시골에서도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금산으로 귀촌해서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금산 출신인 一江 全炳澤 선생님께 서예를 배우고 있다. 붓글씨를 익히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일강 선생님의 지식과 인격에 흠뻑 빠져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한 달에 두 번 독서회 모임을 한다. 5년 전에 ‘인삼골독서회’를 만들었다. 격주 월요일 오후에 만나는데 마침 고향인 금산으로 귀촌하신 범정 김종철 평론가께서 지도해 주셔서 문학에 새롭게 눈 뜨뜨고 있다.

2023년에 개최한 서예 회원전에 출품한 작품. ⓒ조연환

취미생활로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게 하나 있다. 파크골프다. 참 재미있다. 돈도 들지 않는다. 집 가까이에 파크골프장이 있으니 언제든지 나가서 할 수 있다.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부부가 함께할 수도 있으며 여럿이 어울려 게임을 할 수도 있다. 2게게임 정도 하면 8천 보쯤 걸으니, 운동도 꽤 된다. 한 2년, 파크골프에 푹 빠졌었다. 틈만 나면 파크골프를 치려고 하니 아내한테 꾸중을 듣게 되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다시 파크골프를 즐기고 싶다.

2021년 금산포럼을 창립하고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요즘 가장 자주 많이 만나는 사람들이다. ⓒ조연환

요즈음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건 ‘금산포럼’이다. 고향도 아닌 금산에 와서 사랑을 받고 있다. 금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2021년에 ‘금산포럼’을 만들고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금산에 살고 있거나 금산이 고향인 출향인사 100여 명의 회원들이 매달 홀수 달엔 포럼을 개최하고 짝수 달에는 탐방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살맛 나는 금산, 찾고 싶은 금산을 만들기 위한 발전 전략을 수립하여 제안하고 있다.

금산포럼에서 매 홀수 달에는 포럼을, 짝수 달에는 쓰담걷기를 하고 있다. ⓒ조연환

자칭 머슴에게 1월은 가장 조용한 달이다. 한 주일 동안 외부 일정 없이 오롯이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1월뿐이다.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머슴의 휴가는 끝난다. 마님은 벌써부터 텃밭과 꽃밭을 서성인다. 긴 겨울방학 동안 머슴은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텃밭 농사 좋아하는 아내를 만나 덤으로 누리는 귀촌의 즐거움이다.

때론 아내 일도 도와 준다. ⓒ조연환

귀촌하면 농사가 힘들 거라고 겁먹지 말라. 시골에 가면 심심할 텐데 뭐 하고 지내느냐고 걱정하지 말라. 시골에 오면 할 일이 많다. 즐길 거리도 많다. 귀촌,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마시라.

틈틈이 숲 산책에 나선다. ⓒ조연환

▼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산림청장의 귀촌일기>를 만나보세요. ▼

산림청장의 귀촌 일기

저자
조연환
출판
뜨란
발매
2018.05.20.

▼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녹우정에서 띄우는 편지’연재▼

20. 귀촌후엔…관리할 수 있는 땅만이 진짜 내 땅!

https://blog.naver.com/nong-up/223331129344

글 = 조연환(전 산림청장)

정리 =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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