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저출생 극복 위해 소득기준 폐지 등 파격 제안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10월 의장실에서 열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서울시의회가 모든 저출생 정책의 소득기준을 폐지하는 등 파격적인 저출생 극복모델을 제시했다. 자녀있는 가구 누구나 혜택을 받게 해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취지다.

김현기 의장은 23일 오전 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형 저출생 극복모델’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지금 서울의 가장 심각한 경고등은 저출생”며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시의회가 제시한 서울형 저출생 극복모델은 △모든 저출생 정책에 소득기준 폐지 △공공임대 지원정책을 연 4000호 공급 △아동수당 0~18세 확대 등이다.

시의회는 모든 저출생 정책에 소득기준을 완전히 없애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현재 공공임대주택에 입주가능한 대상가구(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내, 2인가구 기준 월 600만원), 전월세 보증금 이자지원 대상(연소득 9700만원 이내),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중위소득 150% 이하, 3인가구 기준 월 약 660만원) 등 소득 기준 제한으로 자녀를 출생한 가구임에도 서울시의 다양한 출생지원 정책에서 소외되는 상황이다.

김 의장은 “기준을 없앴을 때 부작용이 없지 않겠냐는 고민을 했다”면서 “소득 기준 제한으로 혜택을 받지 못했던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되고 ‘나는 해당이 되는지’ 일일이 정책을 찾아봐야 했던 번거로움도 없앨 것”이라고 했다.

서울 출생률 하락 원인의 1순위로 꼽히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임대 지원정책을 연간 1만 4000가구가 누릴 수 있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공공임대의 경우 신혼 및 자녀 출생 예정 가구(또는 최근 1년 이내 자녀 출생 가구)에 연 4000호를 우선 배정하도록 개선한다. 이는 연평균 공급물량의 15~20% 수준이다.

연 1만 가구에는 전원세 보증금 대출이자를 지원하되 3자녀 이상은 최소부담(1%) 없이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1자녀는 2%, 2자녀는 4%, 3자녀 이상은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0~8세에 집중된 지원을 18세까지로 확대해 아이가 성인이 되는 동안 공백 없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현재 8세 이후 중단되는 아동수당을 18세까지 월 10만원씩 지원 기간을 연장한다. 또 임산부 교통비 70만원, 부모급여 월 5만원씩 추가 지원도 검토한다.

/서울시의회

김 의장은 “현재 0~8세까지 생애 주기 동안 서울시(정부 포함)가 지원하는 최대액은 8600만원”이라며 “이를 가시적으로 1억원 이상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시의회는 육아휴직 등 양육에 대한 인식개선에 앞장선다. 육아휴직 기간 중에서도 육아를 ‘근로의 대가’로 인식되도록 개선해 양육의 정당한 가치를 확립하고, 경력단절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서울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전국 꼴찌인데 이보다 더 체감되는 수치는 올해 서울 공립초등학교 565교 중 신입생 100명 이하인 곳이 60%가 넘는다”며 “시의회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주거, 양육 정책을 과감하게 제시하고 시와 협의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